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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꼭 담배 문 영국 군인'... 초상화에 드러난 '대영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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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스케치북  | 21-05-28  | 기자명 : 강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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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더리 버너비 초상화.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 제공


국립중앙박물관의 '시대의 얼굴' 특별전에는 색다른 자세로 눈길을 끄는 출품작들이 있습니다.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 소장품인 이런 작품은 동시대의 다른 초상화와 비교해도 그렇지만, 어진이든 사대부의 그것이든 대체로 정면을 바라보며 점잖게 앉거나 서 있는 모습을 포착한 우리의 전통 초상화와 비교하면 특이하다 싶은 생각도 듭니다.


영국의 군인이었던 프레더리 버너비의 초상화가 특히 재밌습니다. 버너비는 왕실 근위 기병대 장교였습니다. 2m에 가까운 장신이었다고 하고, 영국군 내에서 힘이 세기로 유명해 조랑말 한 마리씩 양팔에 끼고 옮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하는 인물이고 합니다.


소파에 반쯤 드러 누운 자세가 일단 눈길을 끕니다. 다리를 꼬았고, 손에는 담배를 들고있습니다. 하얀 피부와 잘 정돈된 콧수염은 시쳇말로 '뺀질이'같다는 느낌도 줍니다. 박물관은 "기존의 군인 초상화들이 대개 서 있는 자세이거나 말을 탄 모습이었던 것과는 달리 편안하고 격의 없는 모습"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관람객 저마다의 감상이 있겠으나 거만하다, 싶을 정도의 자신감을 거리낌없이 드러내고 있는 초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벽에 걸린 세계지도를 보면 버너비의 초상화에 드러나는 자신감이 특정 개인의 그것을 넘어선 당대 영국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습니다. 인도를 중앙에 둔 세계지도를 눈에 띄게 배치해 이른바 '대영제국'의 전성기를 이룬 19세기 영국의 자신감을 표현한 것으로 읽힙니다.


19세기 초~20세기 초는 영국의 역사에서 '제국의 세기'라고 불리던 때입니다. 18세기 까지 신대륙과 동양 진출은 물론 북아메리카, 서인도제도, 남아프리카 등에 대한 지배 체제를 확립했습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팍스 브리태니카'가 이 때에 절정을 맞았던 셈이죠. 인도는 영국의 아시아 정책에서 중심이었습니다. 인도를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아시아 식민지들을 개척하는 데 필요한 관문으로 인식했습니다.


'대영제국'의 선봉대 역할을 한 군인들의 자신감이 어느 정도였을 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박물관은 "당시 장교들이 어느 정도 자신감에 충만해 있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대영제국'이란 키워드로 초상화를 보면 흥미로운 작품이 엘리자베스 1세를 그린 '아르마다 초상화'입니다. 이번 특별전의 출품작은 아니지만 "영국 제국주의의 시작을 알리는 초상화"로 통한답니다. 엘리자베스 1세(재위 1558~1603)는 영국 제국주의의 기초를 닦은 군주란 평가를 받았습니다. 1588년 당시 무적함대라 불리던 스페인 해군을 물리친 것이 결정적이었죠. 아르마다 초상화에서 지구본 위에 손을 얹고 있는 여왕의 뒤로 밝은 낮에 순항하는 영국 함대와 어두운 밤 난파 아수라장을 겪고 있느 스페인 함대가 나란히 그려져 있습니다.


특별전에서는 1575년에 그녀를 그린 초상화를 만날 수 있습니다.



출처:세계일보